마이크론(Micron)의 2026 회계연도는 네 분기 연속 ‘사상 최대’로 마무리됐습니다.
분기 매출은 1분기 136억 달러에서 4분기 542억 달러로 1년 만에 네 배가 됐고, Gross Margin(매출총이익률)은 87%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분기별 ‘변화율’로 다시 읽어 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집니다. 마이크론의 성장 속도는 2분기에 정점을 찍었고, 4분기부터는 뚜렷하게 느려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FY2026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실적의 분기별 변화를 매출, 마진, 가격과 물량, 사업부, 경영진 발언의 다섯 가지 축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마이크론의 반도체 사업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줄 요약 — 회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장률은 Q2를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고, 성장의 동력은 ‘가격 급등’에서 ‘가격+물량’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반면 경영진이 말하는 메모리 공급 부족 기간은 분기마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 1~3분기 수치는 어닝콜 발언을, 4분기 수치와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회사 실적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했습니다. 모든 재무 수치는 non-GAAP 기준이며, 증가율은 회사가 발표한 반올림 수치로 직접 계산했습니다. 4분기 수치는 아직 연간 보고서(10-K)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1. 매출: 네 분기 연속 신기록, 그러나 증가율은 꺾였습니다
먼저 매출 규모부터 보겠습니다.
분기 매출은 FY2026 내내 매 분기 사상 최대를 갈아치웠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다음 분기(FY2027 1분기) 가이던스도 615억 달러로, 또 한 번의 신기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분기 대비 증가율로 보면 흐름이 달라집니다. 2분기와 3분기에는 매출이 각각 75%, 74% 늘었는데, 4분기에는 31%로 절반 이하가 됐고,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13%입니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더 가파르게 내려왔습니다. 2분기 155%에서 3분기 106%, 4분기 33%입니다.
마이크론 FY2026 4분기·연간 실적 보도자료 바로가기

| 구분 | Q1 FY26 | Q2 FY26 | Q3 FY26 | Q4 FY26 | Q1 FY27 가이던스 |
|---|---|---|---|---|---|
| 매출 | $13.6B | $23.9B | $41.5B | $54.23B | $61.5B |
| 매출 증가율(QoQ) | +21% | +75% | +74% | +31% | +13% |
| 매출 증가액 | +$2.3B | +$10.3B | +$17.6B | +$12.7B | +$7.3B |
| EPS | $4.78 | $12.20 | $25.11 | $33.42 | $38.15 |
| EPS 증가율(QoQ) | +58% | +155% | +106% | +33% | +14% |
| 직전 가이던스 대비 매출 | +8.8% | +27.8% | +23.9% | +8.5% | – |
주목할 점은 증가 ‘금액’입니다. 증가율은 2분기에 정점을 찍었지만, 증가액은 3분기(176억 달러)가 가장 컸습니다. 그러니 3분기까지는 ‘고원 속의 최대 성장’이었고, 증가율과 증가액이 함께 줄어든 것은 4분기가 처음입니다. 회사가 내놓은 가이던스를 넘어선 폭도 2~3분기 20%대에서 4분기 8%대로 좁혀졌습니다.
2. 마진: 87%라는 천장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Gross Margin은 1분기 56.8%에서 4분기 87.0%로 30%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반도체 업계 전체를 봐도 매우 드문 수준입니다. 그러나 분기마다 오른 폭은 +18.2%p(Q2), +9.9%p(Q3), +2.1%p(Q4)로 빠르게 줄었습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86.25%로, 4분기보다 오히려 0.75%p 낮습니다.

경영진은 이 현상을 미리 설명해 왔습니다. CFO 마크 머피(Mark Murphy)는 2분기 콜에서, 마진이 이 정도로 높아지면 같은 폭의 가격 인상이 마진율에 미치는 효과가 작아진다고 말했습니다.
“Keep in mind that at these gross margin levels, incremental increases in price are going to have less of an effect on gross margin.”
(이 정도 마진 수준에서는 가격을 더 올려도 Gross Margin에 미치는 효과가 줄어든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Mark Murphy, Micron CFO, FY2026 2분기 어닝콜
즉 마진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은 일부 산술적인 결과입니다. 다만 다음 분기 가이던스에서 마진이 처음으로 낮아졌다는 점은, 가격 상승 사이클의 속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3. 가격과 물량: 성장의 엔진이 바뀌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크게 ‘얼마에 팔았나(가격)’와 ‘얼마나 팔았나(bit 출하량)’로 나뉩니다. FY2026 상반기 성장은 거의 전부 가격이 만들었습니다. 2~3분기에는 DRAM 가격이 분기마다 60% 넘게, NAND 가격은 70~80% 넘게 올랐지만, 출하량 증가는 한 자릿수 초중반에 그쳤습니다.

4분기에는 이 구도가 달라졌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DRAM 가격 상승률은 10%대 후반, NAND는 약 30%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런데도 DRAM 매출은 27%, NAND 매출은 42% 늘었습니다. 매출 증가율과 가격 상승률의 차이로 역산하면 출하량이 8~9% 안팎 늘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다만 이 역산은 단일 보도의 가격 수치에 기댄 추정입니다.
Yahoo Finance(Quartz) 마이크론 4분기 실적 기사 바로가기
| 구분 | Q1 FY26 | Q2 FY26 | Q3 FY26 | Q4 FY26 |
|---|---|---|---|---|
| DRAM 가격(QoQ) | +20% | +60%대 중반 | +60%대 초반 | +10%대 후반* |
| NAND 가격(QoQ) | +10%대 중반 | +70%대 후반 | +80%대 중반 | 약 +30%* |
| DRAM bit 출하(QoQ) | 소폭 증가 | 한 자릿수 중반 | 한 자릿수 초반 | 약 +8~9% (역산) |
| NAND bit 출하(QoQ) | 한 자릿수 중후반 | 한 자릿수 초반 | 한 자릿수 중반 | 약 +9% (역산) |
* 4분기 가격은 단일 언론 보도 기준입니다.
가격이 이끌던 급성장이, 가격과 물량이 함께 끄는 성장으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가격 상승률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4. 사업부: 무게중심이 HBM에서 ‘서버 범용 메모리’로 옮겨 갔습니다
회사는 FY2025 하반기에 사업부를 클라우드 메모리(CMBU), 코어 데이터센터(CDBU), 모바일·클라이언트(MCBU), 자동차·임베디드(AEBU)의 네 개로 개편했습니다.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은 주로 CMBU에 속하고, CDBU는 서버용 DDR5·LPDRAM과 데이터센터 SSD가 중심입니다.

| 사업부 (매출 / Gross Margin) | Q1 FY26 | Q2 FY26 | Q3 FY26 | Q4 FY26 |
|---|---|---|---|---|
| CMBU (클라우드·HBM) | $5.3B / 66% | $7.7B / 74% | $13.8B / 83% | $16.28B / 83% |
| CDBU (코어 데이터센터) | $2.4B / 51% | $5.7B / 74% | $11.5B / 87% | $18.00B / 90% |
| MCBU (모바일·PC) | $4.3B / 54% | $7.7B / 79% | $11.5B / 87% | $13.11B / 90% |
| AEBU (자동차·임베디드) | $1.7B / 45% | $2.7B / 68% | $4.6B / 79% | $6.82B / 84% |
4분기에는 CDBU가 CMBU를 제치고 최대 사업부가 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마진입니다. HBM 비중이 높은 CMBU의 마진은 83%에서 멈췄고, 범용 메모리 중심 사업부들은 90%까지 올랐습니다. 경영진은 2분기 콜에서 이 역전을 직접 인정했습니다.
“Yes, it is correct that the margins for non-HBM today are higher than HBM margins.”
(네, 현재 HBM이 아닌 제품의 마진이 HBM보다 높다는 것이 맞습니다.)— Sanjay Mehrotra, Micron CEO, FY2026 2분기 어닝콜
AI 붐의 상징이던 HBM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덜 남는’ 제품이 된 셈입니다. 회사는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애널리스트 콜에서 2027년 HBM 가격을 크게 올려 이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모바일·PC 사업부(MCBU)는 매출 증가율이 14%로 가장 낮았고, 출하량은 2분기 연속 줄었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스마트폰·PC 쪽 물량이 줄어드는 흐름입니다.
마이크론 FY2026 4분기 애널리스트 콜 원문 바로가기
5. 경영진 발언: 단기 성장은 둔화, 장기 전망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숫자와 달리 경영진의 발언은 분기마다 더 자신감 있어졌습니다. 공급 부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표현과 장기 공급계약(SCA, Strategic Customer Agreement) 규모를 시간 순서대로 놓아 보면 그 흐름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 시점 | 공급 부족 전망 | 장기계약(SCA) | 기타 주요 변화 |
|---|---|---|---|
| Q1 FY26 (2025.12) | 2026년 이후까지 타이트 | 다년 계약 협의 중 | FY26 CapEx 약 $20B로 상향 |
| Q2 FY26 (2026.03) | 2026년 이후까지 타이트 | 첫 5년 계약 체결 | 배당 30% 인상, PC·스마트폰 출하 감소 경고 |
| Q3 FY26 (2026.06) | 2027년 이후, “해소 시점 안 보여” | 16건, 계약 잔액(RPO) 약 $100B | “가격 상승 속도의 의미 있는 둔화” 첫 언급 |
| Q4 FY26 (2026.09) | 2028년이 2027년보다 더 타이트 | 26건, FY27 출하의 75% 이상 약정 | HBM 2027년 가격 대폭 인상 |
SCA는 고객이 정해진 물량을 반드시 사야 하는(take-or-pay) 5년짜리 계약으로, 가격 상한과 하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메모리 업계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분기 단위 가격 협상’ 구조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3분기 콜에서 산제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 CEO는 공급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We currently do not have line of sight as to when memory supply will be able to catch up with increasing demand.”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Sanjay Mehrotra, Micron CEO, FY2026 3분기 어닝콜
판단: 성장은 계속되지만 속도는 둔화되고 있습니다
네 분기의 흐름을 세 구간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Q1→Q2, 가속 구간 — 매출 증가율이 21%에서 75%로 뛰었고, 마진은 한 분기에 18%p 올랐습니다. 가격 급등이 모든 사업부에 동시에 퍼진 시기입니다.
- Q2→Q3, 정점 고원 구간 — 증가율은 비슷했고 증가액은 최대였습니다. 하지만 DRAM 가격 상승률과 마진 상승 폭은 이미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 Q3→Q4, 둔화 구간 — 매출과 이익 증가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가격 상승률이 급감했습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에는 마진 하락까지 담겨 있습니다.
정리하면 마이크론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2~3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되는 중’입니다. 다만 이를 곧바로 업황의 꼭지로 해석하기는 이릅니다. 경영진이 보는 공급 부족 기간은 분기마다 늘었고, 장기계약으로 묶인 물량과 금액도 계속 커졌기 때문입니다. 단기 성장률은 식고 있지만 수익의 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서로 다른 방향의 신호가 함께 나타나는 국면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포인트
- 가격 vs 물량 — FY2027 1분기 가이던스가 가정한 한 자릿수 출하 증가가 실제로 가격 둔화를 메울 수 있을지
- 마진 고원의 지속성 — 86~87%대 마진이 유지될지, 신규 공장 가동 초기 비용이 언제부터 반영될지
- HBM 가격 리셋 — 2027년 HBM 가격 인상으로 CMBU 마진이 다른 사업부 수준을 따라잡을지
- 장기계약의 실체 — 연간 보고서(10-K)에 공시될 계약 잔액(RPO), 고객 예치금, 재고 수준
- 소비자 수요 — 스마트폰·PC 출하 감소가 얼마나 깊어질지
마이크론의 FY2026은 메모리 산업이 ‘사이클 산업’에서 ‘계약 산업’으로 바뀌는 첫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장률 둔화가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고원으로 이어질지, 전통적인 하강 사이클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 두세 분기의 숫자가 답해 줄 것입니다.
마이크론 FY2026 4분기·연간 실적 보도자료 바로가기
※ 본 글은 기업 공시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정리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보유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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